이 날은 세비야에 남아있는 이슬람 시대의 궁전, 알카사르 방문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알카사르는 세비야 대성당 바로 앞쪽에 있는데,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다.
가는 길에 있는 동네 카페에서 크루아상과 카페라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알카사르의 입구로 향했다.
예약 없이는 입장이 힘들다는 후기가 있어 미리 예약을 하고 갔는데, 이미 입구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이게 미리 예약을 안 한 사람들이 서는 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예약한 사람들이었다 ㄷㄷ
원래도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왕좌의 게임의 촬영지가 되어 더 유명해졌다고.
그래도 줄이 빨리 줄어들어서 금방 입장할 수 있었다.
예약한 티켓에 오디오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어 입구에서 오디오가이드를 받고 입장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방. 이 때부터 이미 심상치가 않았다.
벽면이 이렇게 매우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되어있다.
벽을 장식한 조각들은 석고 반죽을 바른 후 그걸 파내는 방식으로 조각을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섬세함이 보통이 아니었다. 원래는 그냥 하얀색으로 칠해진 벽면에도 모두 이런 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ㄷㄷ
기하학적인 문양과 함께 아랍어 글자가 써져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궁전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아랍어 시 구절이 적혀있다고 한다.
관람을 계속하다 보면 건물 곳곳에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르고 수로 끝에는 연못이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베리아 반도 이슬람 건축의 특징이라고 했다. 비교적 투박하게 장식된 외관과 대비되는 극도로 섬세하고 화려한 내부의 장식 역시 이슬람건축만의 특징이라고.
내부의 섬세한 조각에 감탄하며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세비야 알카사르에서 가장 유명한 소녀의 정원이 나온다.
압도적인 대칭미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진 찍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면 10분에서 2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대사의 방이 있는데, 대사에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이슬람에선 엄격한 우상숭배 금지로 인물이나 동물에 대한 묘사 대신 화려한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는 예술 양식이 발달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게 이정도로 발달했던 것은 모르고 있었다.
왕이 외국의 대사들이 오면 이 방에서 접견을 했다고 해서 대사의 방이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대사들이 이 방에 도달하는 순간 압도당해서 왕한테 할 말을 다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압도당했는지 모두 천장과 벽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방의 장식을 보면 이렇게 곳곳에 색칠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원래 궁전 내부의 모든 장식은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 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고 한다... ㅎㄷㄷ 청색 안료가 비교적 빛에 강해 바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원래의 궁전은 얼마나 화려했을지...
비싼 입장료에 대한 불만은 이미 싹 사라지고 순수한 경탄만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내부 관람을 끝내고 나오니 어느새 페드로 왕궁의 입장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레콩키스타 이후 스페인 왕가가 거주 공간으로 사용하던 곳이라는데, 보존을 위해서 정해진 시간에 한정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었다.
심지어 사진촬영도 불가능하고 짐도 모두 입구에 있는 로커에 보관하고 들어가야 했다.
나는 자유관람이 가능한 부분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페드로 왕궁은 얼마다 대단하길래 이렇게 빡세게 보존을 하나, 생각하고 입장을 했는데
정작 페드로 궁 내부는 소박...했다...
유일하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2층의 발코니에서 소녀의 정원과 대사의 방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인데, 그마저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다. 알카사르에 간다면 굳이 추가 금액을 내고 페드로 왕궁까지는 입장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페드로 왕궁을 다 보고 나서는 정원으로 갔다.
정원 곳곳에도 이렇게 낮은 분수가 있었다.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건물 내부에 비해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12월인게 믿기지가 않는 따뜻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난다.
정원 내부에도 수로가 있어 수로를 타고 물이 흐르고 있었다.
벽 너머로는 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탑을 볼 수 있었다.
빠질수 없는 오렌지 정원.
2시간 정도의 관람을 생각하고 갔는데, 정원이 생각보다 넓어서 제대로 둘러보려면 3시간 정도는 잡고 가야할 듯 했다.
아쉽지만 점심에 룸메이트들과 약속이 잡혀 있어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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