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저녁까지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조금 늦게 일어나니 크리스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일정을 마지막으로 독일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오전에 진행되는 세비야 대성당 투어를 예약해두었다고 했다.
유럽의 관대한 학생 정책은 세비야 대성당에도 적용되었는지, 무료로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고.
나도 이날 별다른 일정이 없었는데, 크리스의 말을 듣고 세비야 대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더 이상의 성당은 여행 일정에 없다고 결정을 했지만, 만 25세가 지나기 전에 혜택을 끝까지 착즙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프랑수아와 크리스, 그리고 나는 언젠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는 서로의 행운을 빌며 헤어졌다.
조금 늦은 조식을 먹고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숙소에 맡겨둔 후 세비야 대성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입장권을 사려고 보니 무려 '학생임을 인증할 수 있는 서류'를 요구하고 있었다.
'에이 필요없겠지 ㅋ'
라고 생각하며 그 언젠가 발급해둔 국제학생증을 챙겨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의 시간을 잠시 가진 후, 나는 프랑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권을 내밀며 내가 만 25세인데 혹시 학생입장권을 살 수 있나요... 라고 비벼보았지만 칼거절을 당했다.
역시 스페인에서는, 더군다나 이런 인기관광지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흑흑..
결국 11유로를 내고 입장하는 나.
그런데 대성당을 다 둘러보고는 충분히 돈내고 입장할만한 관광지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딕양식 성당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내부는 아주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전성기 스페인의 영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내부
각종 유물들과 제단이 금박으로 장식되어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예수의 탄생부터 고난, 부활까지를 묘사하고 있는 듯 했는데, 장식의 섬세함이 아주 강렬했다.
아마 바로 옆에 있는 알카사르의 내부 장식에서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비야 대성당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관이 공중에 떠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시는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콜롬버스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천장의 돔 장식이 인상적이었던 방.
천장을 쉽게 구경할 수 있도록 바닥에 거울을 설치해 두었다.
는 포토스팟
그렇게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보니 어느새 히랄다 탑의 입장 시간이 다되어 히랄다 탑으로 호다닥 달려갔다. 성당 입장권에는 히랄다 탑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으니 시간표를 잘 보고 가야 한다.
히랄다 탑 내부는 계단 없이 경사로로 올라가게 되어있었다.
거의 100m에 육박하는 높이이기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경사로를 따라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돌아서 허벅지가 약간 터지겠다 싶은 느낌이 올 때 즘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날씨도 아주 맑았고, 세비야에는 높은 건물이 없었기 때문에 히랄다 탑에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지나쳤던 곳들이 한 풍경 안에 들어온다.
알카사르도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스페인광장의 첨탑도 볼 수 있었다.
이때 뭔가 더없이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전날 술을 마시며 나눈 진지한 대화들 때문에 생각이 아주 많은 상태였는데, 그런 생각들은 전부 한 겨울에 부는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렸다.
히랄다탑에서 세비야의 전경을 한껏 즐긴 후 내려와 정원으로 향했다.
역시나 빠질 수 없는 오렌지 정원.
정원에서 바라본 히랄다 탑도 아주 멋있었다. 고딕 양식의 파사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성당을 둘러본 후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그냥 길거리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시킨 햄버거였다. 그냥 별 기대 없이 배나 채우려고 시킨 음식이었는데, 스페인에서 먹은 최고의 햄버거였다... 아직도 저 촉촉한 패티와 바삭한 번이 생생히 느껴지는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짐을 찾으러 간 김에 숙소에서 조금 시간을 때우다 말라가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세비야에서 말라가까지는 3시간 정도 걸렸다.
유럽은 겨울에 해가 빨리 지는지라 말라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이런 석양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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