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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2ParisLife

생존신고

by jaemjung 2025. 7. 1.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글을 쓴 게 1년 하고도 조금 넘어서 간단히 적는 생존신고.

 

간략히 말하자면 나는 프랑스에서 정규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주 아주 운이 좋게도 내가 원하는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에 그동안 해오던 iOS 개발자로 취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새롭게 이사갈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제는 정규직도, 월세의 3배를 넘는 월급도, 보증인도 있지만 여전히 파리에서 집 구하기는 그 무엇보다도 어렵다...

 

하지만 이 또한 이겨내리니...

 

이다음은 그동안 내가 뭘 했나 돌아보기 위해 간단히 적는 타임라인

 

~ 2024년 9월

Deezer에서의 인턴십 기간. 이때 지겹도록 했던 리팩토링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 클린 아키텍쳐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여러 사람과 협업할 때 어떻게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디저에서 인턴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유저가 1000만이 넘어가는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서, 30명이 넘는 큰 iOS 팀 속에서 일할 수 있었던 기회가 나에게 온 것에 다시 한번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리팩토링한 페이지는 릴리즈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내가 작성한 코드들이 지금 안드로이드와 웹앱 리팩토링에도 예시 코드로 사용된다고 하니, 그저 무한한 영광일밖에...

 

인턴이 끝난 후에는 그란 까나리아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생전 처음보는 풍경들과 맛있는 음식들, 서핑, 그리고 회덮밥과 매운탕이 끝내주던 (구)포석정 (현)긴자까지...

 

나름 알차게 살았던 나날들.

 

2024년 10월

한국에 3주 간 다녀왔다. 오랜만에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누나와 조카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던 3주였다. 새삼 한국이 정말 편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미세먼지 빼고 ㅠㅠ

 

2024년 11월

본격적인 암흑기 시작. 취직을 목표로 잡고 열심히 이력서를 돌렸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나름 디저에서 인턴으로 한 내용이 좋은 포폴이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아니나 다를까 내 기대는 처참히 박살이 났다. 프랑스도 채용 시장이 상당히 단단하게 얼어붙어서 주니어 레벨 앱 개발자를 뽑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연락이 오는 곳들도 내가 비자 스폰서가 필요하다고 하니 칼같이 거절해 버리기 일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까지 계속되어 오랜만에 우울증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냥 놀고 있을 수도 없어서 사이드 프로젝트에 매진하기로 했다.

 

2024년 12월

본격적인 사이드 프로젝트 집중기. 한국 친구들과 함께하는 사이드 1개, 프랑스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하는 사이드 1개 총 2개에 몰두했다. 이 기간에는 취업을 위한 지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일어나서 릴스보다가 코딩하고, 코딩하기 싫으면 릴스보고 이런 나날들의 반복 ㅎ;;

그래도 열심히 달려서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는 출시까지 끝냈고, 나머지 하나는 계속 미뤄지다 2025년 5월에 출시를 하게 되는데...

 

2025년 1월

가장 기억나는 건 마르세유 여행. Ouigo에서 마르세유 왕복 티켓이 단 36유로인 것을 발견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매했다.

남쪽이라 별로 안 추울 줄 알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고. 그 유명한 미스트랄이 여행 내내 나를 날려 보낼 기세로 미친 듯이 불었다 ㄷㄷ

그래도 프리울 섬에서 멋진 모험도 하고, 그 유명한 유니떼 다비타시옹도 갔다 오고, 맛있는 음식들도 많이 먹고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건 현실. 잔고는 거의 위험 수준에 다다랐고, 더 이상 놀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인턴십이건 기간제건 닥치는 대로 다 지원을 했다.  

 

2025년 2월

정규직으로 지원할 때는 절대 연락이 안 오더니, 인턴십으로 지원을 하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몇 군데와 인터뷰를 봤고, 결국 Station F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기로 했다. 작지만 내실이 있는 스타트업 같았다. 멤버들의 스펙이 ㅎㄷㄷ 했다. 프랑스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고, 다들 좋은 학교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React Native로 개발을 해야 했지만 월급도 어쨌든 이전 인턴보다 오르긴 올랐고 윈드서프와 함께라면 못 만들 앱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돈을 벌지 않으면 진짜로 굶을 위기에 처해서 3월부터 일하기로 했다.

 

2025년 3월 ~ 6월

열심히 인턴으로 근무. 내가 만들어야 했던 앱은 뭔가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있진 않았지만, 여러 클라이언트들의 요구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는 앱이었다. 대략 20~30곳의 클라이언트들이 각자 다른 조건으로 앱을 사용해야 했음. 디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와 그를 바탕으로 한 컴포넌트의 아키텍쳐를 설계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름 잘한 듯..? 퍼포먼스에 따라 나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해서 진짜 열심히 일했다. ㅋㅋ 그게 나중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지 못한 채...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다 좋았다. Station F의 근무 환경도 좋았고.

 

5월 중순 즈음 알고 지내던 형 덕분에 괜찮은 회사에 추천을 받아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지원했다.

그리고 합격. 

연봉도 상당하고 조건도 너무 좋았다.

 

안 갈 이유가 없었기에 당장 옮기려고 했는데,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나를 안 놔주려고 했다. 카운터 오퍼라고 가져왔는데 말도 안되는 수준이었고 말이지.

내가 프랑스의 법과 규정에 무지한 줄 알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나를 가스라이팅 하려고 시도했다. 인턴십 기간을 채우기 전까지는 못 나간다는 식으로 개소리를 했는데...

 

안타깝지만 지금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 누구나 개인 맞춤 법률 상담사가 있는 시대다. 썅놈아.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즉시 학교 측에 요청하여 인턴십을 중단했다 ㅋㅋㅋ

 

그리고 나는 지금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여 첫 주를 보냈다~

 

새 회사도 심상치가 않다. 돈을 많이 주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어... 온보딩 기간이 끝나면 개같이 구를 내 모습이 보인다.

 

개같이 구를 준비되어있다 이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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