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떨어진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쉽지 않을 것이라 각오를 하고 프랑스에 왔는데 정말로 쉽지가 않았다.
내 인생 27년 한결같은 INFP로 살아오며 계획이나 작정 없이 흘러가는대로 살았는데 어찌 보면 그렇게 살 수 있었던건 정말로 큰 축복이었다.
인생이 항상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으며, 진짜로 아무런 계획도 작정도 없이 살면 큰 일이 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나,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던 것은 단언컨대 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보증인과 소득이 없는 외국인 남자 3명의 3P(침실 2개) 꼴로카시옹이라는 우리의 조건은 프랑스에서 집을 임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내가 프랑스 집주인이라고 생각해도 우리한테는 집을 빌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다음 달에는 어디에서 자야하지?' 라는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선 실제로 다음 달에는 꼼짝없이 노숙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진지하게 해야만 했다.
사실 살아오면서 만나는 문제들은 '어떻게든 해결하겠지~'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별 걱정 없이 살아왔고, 실제로 만나는 문제들을 어떻게든(나름 잘) 해결해오며 살아왔는데, 프랑스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는 인간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 지하철 가까움 + 학교와 가까움 + 햇빛 잘들어옴 + 꼴로 가능 + 가용 예산 내 ] 라는 5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집을 구해서 이사까지 끝마친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물론 아직 집에 이런 저런 문제들이 있지만(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집주인이랑 연락도 잘 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바로바로 고쳐준다. 무엇보다도 보증인 없이 계약해준 주인에게 정말 압도적인 감사를 올리고싶다.
집을 구하고 이런저런 행정처리를 하면서 느낀 점은 프랑스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42내 에서는 영어로 큰 문제 없이 소통할 수 있었고 그동안 프랑스에 몇번 왔다갔다 하며 대부분 영어 + 짧은 프랑스어로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가능했는데, 프랑스에서 각잡고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부동산에서는 영어를 할 수 있냐는 질문만 해도 전화를 끊어버리기 일수였고 행정적인 이유로 어딘가에 전화를 해야할 때에도 영어 상담이 되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 외에 각종 배달이 올 때 전화, 아파트 관리인과의 대화, 식당에서 메뉴를 시킬 때 등등... 상대방은 영어를 할 줄 모르고, 나는 떠듬떠듬 프랑스어로 말은 해도 프랑스어 듣기가 잘 안되어서 몇 번이고 다시 물어보고, 그 와중에 주워들은 몇 단어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극한의 추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손해를 볼 뻔 했던적이 있기도 하고... (특히나 숫자와 관련해서 ㅠㅠ)
아무튼 해외에서 살 거라면 그나라의 언어는 반드시 어느정도 통달해야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과 시련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남아있는 어려움들도 지금처럼 버텨낼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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