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jaemjung, 42파리에 가다.
파리로 출발하기 일주일 즈음 전, 42파리를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슬랙에 장문의 편지를 썼다.
친절한 42파리의 몇몇 카뎃들이 답장을 주었고, 다행히도 일정이 맞는 카뎃 한 분이 나를 42파리에 초대해주었다. 마침 날짜가 파리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이라, 나는 파리에서의 첫 일정을 42 방문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파리 외곽지역 17구, 유명한 관광지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대개 파리의 학교들이 그렇듯 전혀 학교처럼 생기지 않은 모습의 42가 있다.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데, 나를 초대해 준 Owen이 당황한 나를 바로 알아보고는 손을 흔들어줬다.
약속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던지라, 우리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메뉴는 피자. 식당은 캠퍼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파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저렴한 가격의 피자집이었는데 맛은 여느 피자리아보다 못하지 않았고, 심지어 42 학생들에게는 음료수를 하나 공짜로 주는 집이었다. 42 주변의 식당들은 42와 협약을 맺고 이렇게 학생들을 위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고.
점심을 먹으며 프로그래밍, 각 나라의 문화, 지금 하고 있는 과제, 42에서의 생활, 앞으로 하고싶은 일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비슷한 이야기도 있었고, 전혀 다른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한국의 포괄임금제... 에 대해 설명해주었는데 믿을 수 없다며 당장 프랑스로 일하러 오라는 농담을 던졌다 ㅎㅎㅎ;
프랑스에선 주당 35시간을 일하고 그 외에 추가 근무에는 반드시 수당이 붙으며, 그래서 오히려 추가로 근무하고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 고용인들과 어떻게든 추가 근무를 막으려는 고용주와의 신경전이 벌어진다고...
그렇게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42 투어가 시작되려고 하는 찰나, 문제가 하나 생겼다. 원래는 외부인의 방문이 허가되는데,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허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42서울에서 온 카뎃이라고 사정을 설명하니, 원칙상 안되지만 30분만 머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역시 Ça dépent의 나라...
3) 같고도 다른
그렇게 30분의 짧은 투어가 시작되었고, Owen이 소개해준 첫 공간은 42서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은 카페테리아였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외부의 별도 건물 중 한 층이 모두 카페테리아로 사용되고 있었다. 마치 개포 클러스터 1층의 오픈 스튜디오와 카페테리아가 합쳐진 느낌? 많은 학생들이 모여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한쪽에선 노트북으로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하는 학생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이 훨씬 많았는데, 알고 보니 공교롭게도 내가 방문한 날이 바로 전면 오프라인 학습으로 전환을 한 날이었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파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온오프라인 학습을 병행했다고.
한쪽에는 샌드위치, 토스트, 샐러드 등을 파는 자판기도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김밥을 파는 자판기가 있었는데, 42 카뎃 출신이 참여해서 만든 브랜드라고 했다 ㄷㄷ
식생활을 매우 중시하는 나라답게 학생들의 식사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부러웠던 부분... 개포 클러스터에 있을 때는 밥 먹는 게 아주 큰 고민이었는데, 여기는 선택의 폭도 넓고 식사 공간도 잘 제공되어 있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클러스터 탐방.
클러스터 내부는 사실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전면 오프라인 학습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거의 클러스터가 학생들로 가득 차있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는 점이 달랐을 뿐.
정말 후회되는 것이 이 때 인트라 로그인을 안 해본 것이다. 인트라 업적을 보니 42파리를 방문하는 업적도 있던데 그렇다면 내 인트라 아이디로 여기에 로그인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 42서울 카뎃 중에선 아마 최초로 파리 방문 업적을 딸 수 있었는데... 아쉽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벽마다 예술 작품들이 걸려있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42파리가 들어와 있는 건물이 현대미술관의 일부분이었나? 암튼 현대미술관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랬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프랑스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예술 작품을 보면서 코딩을 하면 더 예술적인 코드가 나오려나...?
참,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 하나를 알려주었는데, 파리에서는 카뎃이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 TIG를 받는다고 한다... 무조건 스탭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데...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자기도 모른다고. 파리만의 특이한 제도였다. 아마 카뎃들 계단 오르내리면서 운동을 좀 하라고 하는 깊은 뜻이 아닐런지..?
한쪽 벽면에는 해커톤 행사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는데, 프랑스의 공공재정국과 유명 데이터시각화 툴인 태블로가 함께하는 해커톤이었다. 식사를 하며 42가 그래도 프랑스 내에서는 꽤나 이름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이야기가 빈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외부 기관과 함께하는 해커톤이 종종 개최된다고 했다.
다음으로 본 공간은 각종 게임기와 체스, 바둑 등 보드게임이 모여있는 놀이공간? 이었다. 이런 게임 공간은 얼마 전에 개포클러스터에도 생긴 걸로 알고 있는데, 새로 들여온 만큼 서울이 조금 더 좋은 듯...?
다만 정말 부러운 점은 PS, Xbox 등의 게임기에 올릴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도 아우터 서클에서 운영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VR 풀트래킹 장비 등도 있어 이를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과정이 오랫동안 운영되어왔고, 아우터 서클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으니 이런 게 가능한 것이겠지.
그 외에도 리눅스가 설치되어있는 클러스터, 수면실 등등 파리의 여러 공간들을 둘러보았다. 사실 이 이후로는 오웬과의 대화에 집중하느라(영어 사용에 이미 뇌 용량이 포화되어)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ㅎ;;
아 맞다 고양이! 42에서 돌보고 있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이름이 Norminet이라고 했다. 이름이 nette가 아니라 net인걸 보니 남자인 모양. 심지어 인트라 계정도 있다. 아쉽게도 실물을 영접하지는 못했다 ㅠㅠ
그렇게 클러스터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다 지났고... 우리는 42의 로비로 돌아왔다. 42에 들어오면 로비에 웬 형광등이 뜬금없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각도를 잘 맞춰서 보면 42가 된다. 투어가 끝나고 나서야 그게 보여서 한 컷.
그리고 인사를 나누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옆으로 익숙한 사람이 지나가니 바로 42의 Directrice인 소피 비제르였다...! 오웬이 점심을 들고 가던 소피를 냅다 부르더니 나를 서울에서 온 카뎃이라고 소개해주었다.
와우! 피신을 시작할 때 나오던 영상에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보다니...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는데, 42파리로의 캠퍼스 이동에 관한 내용이었다. 42서울에서도 공통과정을 끝내면 파리로 올 수 있다고. 비자 발급과 같은 문제도 걱정 할 필요 없으며, 이미 상당수의 해외캠퍼스 학생들이 파리로 옮겨와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진지하게 42파리에 공부하러 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소피는 다시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을 갔고, 오웬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투어는 끝이 났다. 사실 이날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해 갔는데, 투어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멍청하게 까먹고 못주고 돌아왔다... Pardon... Owen...
42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갑자기 창문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오더니 나를 슥 쳐다봤다. 귀여운 건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찍었는데, 쿨하게 갈길을 갔다 ㅎ;
4) 전설을 만나는 나
그리고 나는 한바탕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신나게 돌고 온 후인 12월 21일, 42에 한 번 더 방문하게 된다.
내가 슬랙에 남긴 장문의 편지를 보고 다른 한 분이 더 연락을 주셨는데, 알고 보니 42서울의 창립멤버이신 도비님이셨다!!
정말 감사하게도 42의 다른 카뎃들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셨고, 6명의 카뎃들이 자리에 모였다.
이날은 진짜 카뎃들만 보러 간 거라 사진을 안 찍었는데... 찍어둘걸...
나는 혹시나 프랑스어로 대화를 해야 하나 진지하게 걱정하며 갔는데, 놀랍게도 모두 영어를 너무 유창하게 했다. 덕분에 한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날은 작정하고 파리의 카뎃들에게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다. 사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ㅠㅠㅠ 기록은 당일날 남겨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다시 한번 느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녹음해둘걸
지금 기억나는 질문과 답변은 이 정도..? 정확하지 않다... ㅠㅠ
1. 42에 왜 들어왔는지?
- 자비에 니엘이 학교를 만들었다고 해서 왔다.(자비에 니엘은 프랑스의 Free라는 이동통신사를 설립한 기업가인데, 대충 프랑스의 일론 머스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학교의 컨셉과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기도 했고...
2. 42에 얼마나 있었는지?
- 2년, 4년, 5년!!!, 3년 등등... (내가 제일 뉴비였다... 당시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기본 2년 이상을 42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음.)
3. 아우터 서클에서는 무엇을 하게 되는지?
- 사람마다 다르다. 보통 이너서클이 끝나면 인턴을 한 번 하게 되는데, 인턴이 끝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파고들어가는 편이다. (42 파리가 아무래도 아우터 서클이 훨씬 활성되어있다 보니, 여기서 본격적으로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스킬들을 쌓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만들어서 아우터서클에 등록하는 프로젝트들도 있다고...)
4. 42의 프랑스 내 인지도는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 좋은 회사로 가는 사람들 많다. 프랑스 내부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해져서 42로 유학을 많이 온다. 서울처럼 해외에도 많은 캠퍼스가 생기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이날 대화를 나눈 카뎃끼리 점심을 먹으러 같이 나갔는데, 입구에서 42파리 피신에 등록하려고 하는 영국에서 온 학생을 만났다 ㄷㄷ)
5. 42파리에도 지원금 같은 혜택이 있는지?
-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한국처럼 전부한테 100만 원씩 주는 것은 아님.
6. 내 생각에 42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런데 42서울에는 대부분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들이 오는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정작 42가 진짜 필요한 비전공자들은 피신을 통과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파리는 어떤지?
- 파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실제로 더 이상 제로베이스인 사람이 피신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도비님이 첨언하시길 42서울 피신 통과를 위한 학원이 생긴 것을 봤다고...)
하... 정말 더 이상은 제대로 문답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 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무조건 그날그날 기록하기... 명심...
그 외에 기억나는 것은.. 기숙사? 42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거의 완공이 다 되어있었는데, 약간 캡슐호텔같은 외관이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클러스터 건물을 하나 더 올릴 예정이라고... 그리고 카뎃들이 42의 운영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학생회가 따로 조직이 되어있고, 재량권도 상당한 것 같았다. 이런 것까지 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아무튼 이렇게 해서 두 번의 42 방문은 끝이 났다. 정말 알찼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여러모로 생각이 참 많아진 방문이었다고 해야하나... 생각보다 카뎃들이 42의 운영에 매우 크게 관여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학교라는 점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42서울에서의 학습, 그리고 42서울이라는 공동체에 참여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놈의 코로나가 끝나고 전면 오프라인 학습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42가 원하는 모습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점도 느꼈다...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으로 흔쾌히 나를 초대해주고 너무나 멋진 투어를 해준 Owen(@oroberts)에게,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초대해주고 성대한 만남의 장을 열어주신 도비(@dolee)님께, 마지막으로 2시간 넘게 나를 42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준 Dorian(@coconut)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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