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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21겨울프랑스포르투갈스페인

9. 포르투 2일차 - 렐루서점, 마제스틱카페, 트램, 포르투의 야경 / 2021.12.01

by jaemjung 2022. 2. 11.

10) Que sera, sera.

 

이날은 해리포터의 탄생에 큰 영감을 주었다는 두 장소, 렐루서점과 마제스틱카페를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이런데를 왜 가나... 생각했지만 누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렐루서점은 대기시간 없이 들어가려면 오픈 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 인기 장소라길래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가는 길 곳곳에 보이는 아름다운 타일 장식들. 대부분의 건물이 다 제각각의 개성이 있는 타일로 장식되어 있었다.

개중에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이 초록색 타일 장식...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이었던 포르투에서 진한 초록색은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터키석 빛의 타일과 단풍이 든 은행나무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12월이었지만 날씨가 제법 따뜻해서 그런지 이제 막 단풍이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렐루 서점에 가까워지자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흡사 파리에서 맞았던 그 미스트 같은 비가 얼굴에 수분공급을 제대로 해주기 시작한 것.

어느새 렐루 서점에 도착. 고풍스러운 외부 장식이 확 튄다.

오픈시간 직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줄 서있는 사람들. 한쪽에서는 직원이 티켓을 구매했는지 물어보고, 구매를 안 했으면 온라인으로 구매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1인당 5유로. 무슨 서점에 들어가는데도 입장료를 받나.. 했는데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5유로를 할인해준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상술... 아니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점 문이 열렸고, 다행히 밖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온 곳이었는데 아주 근사한 서점이었다. 화려한 장식과 천장 중앙의 커다란 스테인드 글라스가 인상적이었다.

 

그 유명한 렐루서점의 말발굽 모양 계단에서 개똥폼을 잡는 나.

서점 내부가 크지는 않았지만 아주 알차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진열되어있는 책 중 절반은 해리포터. 각국의 언어로 출판된 해리포터가 전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어는 없었다.

2층에 올라가니 천장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책을 구경하는 사람 보다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젠 서점보다는 포토스팟의 기능이 더 커져버린 서점. 대학교 3학년 때인가, 인스타그램과 공간이라는 주제로 몇 편의 기획기사를 쓰는 과제를 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에는 굉장히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랬나 싶다. 서점 가서 사진만 찍고 나오는 거,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래도 서점에 갔는데 빈 손으로 나오긴 뭐했는지 기념으로 프랑스어로 된 어린왕자를 하나 사서 나왔다. 3명이 들어갔으니 15유로 할인해주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걸로.

 

그리고 우리는 걸음을 옮겨 또 다른 해리포터 기념지, 마제스틱 카페로 향했다. 포르투 관광지들은 참 애매한 거리에 뚝뚝 떨어져 위치해있는데, 차 타기도 애매하고 걸어가기도 애매한 거리에 있었다. 구글 맵에 찍으면 걸어서 10분이라고 나오는데, 막상 진짜 가면 무지막지한 언덕 때문에 15분에서 20분이 걸리는... 그런... 그런데 우버를 불러서 타고 가면 길이 하도 좁고 여기저기 공사를 하는 통에 25분이 걸린다.

가는 길에 큰 성당이 있어서 잠깐 들어가 봤다. 이름은 클레리구스 성당. 종탑에도 올라갈 수 있었는데, 입장료를 내야 하기도 하고 날씨가 흐렸던지라 굳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자세한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니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보다. 

성당을 구경하고 마제스틱카페로 가는 길에 찍은 클레리구스 성당. 경사가 살벌하다. 조카가 평하길 스키 타면 재미있을 만한 경사라고 했다.

그리고 15분 정도를 더 걸어 도착한 마제스틱 카페. 명성에 비해 내부가 그렇게 복작거리지는 않았다. 걸어오며 비를 계속 맞기도 했고 날씨도 좀 쌀쌀했던지라 들어가서 차 한잔씩 마시기로 했다. 

차는 한잔에 5유로 정도. 포르투갈 물가에 비해 상당한 가격이지만 그래도 차를 한 잔씩 먹고 가는 듯했다. 해리포터라는 대작이 탄생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그 장소이니... 

나는 홍차를, 조카는 아이스티를, 누나는 쇼콜라쇼를 한 잔씩 했다. 음.. 나쁘지 않은 맛.. 해리포터를 뒤이을 대작의 영감이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차 한 잔씩을 여유롭게 즐기고 1번 트램을 타러 트램 정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때쯤부터 빗방울이 점차 굵어져 우산을 안 쓸 수 없는 날씨가 되었다. 그런데 바람도 동시에 세차게 몰아치는 탓에 우산을 써도 별 소용이 없었다... 

트램 정거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몇몇 관광객이 트램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인기가 아주 많은지라 몇 대는 보내고 타야 한다는 글을 얼핏 읽었었던 것 같은데, 겨울이기도 하고 비가 와서 그런지 몇 명 없었다. 

 

그렇게 트램 정거장에서 20분쯤 기다리니 저 멀리서 종을 울리며 1번 트램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트램이 정거장에 도착하고, 어떤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트램에서 내리더니 갑자기 트램에 달린 전기 공급용 선 같은 것을 잡고 휙 돌려서 반대편 방향의 선에 연결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와서 능숙한 영어로 트램의 종착역과 소요 시간, 주요 관광지 등등을 소개해 주었고 트램의 종점에서 18번 트램을 타면 바로 시내 중심으로 갈 수 있다는 꿀 같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나는 너무나 유창한 그의 말솜씨에 이 트램 회사 직원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홈리스였다. 이렇게 트램을 운행하는 걸 도우며 관광객들에게 팁..을 받고 있다고...

원래 절대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데, 홀린 듯이 주머니에 있던 1유로짜리 동전 2개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탑승한 트램. 트램 안에 제조년월이 쓰여있었는데 대충 70살이 넘은 트램이었다 ㄷㄷ

잠시 후 트램이 출발하고, 출발하는 그 즉시 나는 왜 트램이 점차 모습을 감추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엄청난 소음과 진동...

트램 내부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지만, 옆사람과 대화를 하기 힘들 정도로 시끄러운 것이 흠이었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달려 종점에 도착하는 트램. 

도착한 곳은 도루 강의 하구였다. 저 멀리 보이는 도루 강이 바다와 만나는 모습이 보였다. 등대까지 걸어가 보고 싶었는데, 아까 말한 18번 트램이 15분 후에 도착한다고 해서... 아쉽게도 가볼 수 없었다.

바로 근처에는 아름답게 잘 가꿔진 넓은 공원이 있었다. 12월 달에 이렇게 푸른 잔디를 보는 게 어색하다.

진짜 딱 15분 정도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18번 트램이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후다닥 뛰어가서 다시 18번 트램을 타고 포르투 시내로 향했다.

도루 강변을 따라 달렸던 1번 트램과 달리, 18번 트램은 굽이진 골목의 경사를 오르더니 우리를 카르모 광장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눈을 돌리자 보이는 카르모 성당. 역시 옆면의 우아한 아줄레주 장식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고 좀 쉬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그 유명한 포르투의 에그타르트와 그린 와인을 한 병 샀다.


숙소에 도착한 후 바로 밑에 있던 중국 슈퍼에서 산 짜파게티를 끓여먹고 쉬고 있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오미크론 덕분에 해외입국자 격리 면제가 취소되었다는 소식...^^

덕분에 나는 한동안 쇼크 상태에 빠졌다. 12월 말에 입국 후 미뤄놓았던 so_long평가를 마치고 코알리시옹 스코어를 채울 계획이었는데...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겨 한동안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사고가 잠시 멈췄었는데,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한국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행은 남아있고, 어차피 개백수 처지에 한국 가서 2주 자가격리하는 것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으니... 그냥 빨리 잊고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그 와중에 배는 고프고 저녁은 먹어야 하니 우리는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우리를 반겨주는 포르투의 야경.

알고 보니 이날이 거리 곳곳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조명이 켜지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낮에는 한산했던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했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가득

 

저녁 메뉴는 스테이크, 트러플 리조또, 대구찜이었다. 셋다 정말 맛있었는데, 저 트러플 리조또.. 정말 환상이었다. 조금 짰지만, 그래도 정말 맛있었다. 스테이크도 핑크맘마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고.

 

이렇게 레스토랑에서 거하게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 그린와인을 한 잔 마시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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