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etption of Things를 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
갑자기 프잘사에 주말에 떠나는 콜마르 + 스트라스부르 패키지 여행을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와 아무런 계획없이 덥썩 물고 떠난 여행.
가격은 90유로.
이 시즌에 떠나는 패키지 여행 치고는 매우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에 걱정이 되면서도
언제 또 12월에 콜마르와 [크리스마스의 수도]라는 스트라스부르를 가보겠나 하는 생각에
결국 가기로 결정.
출발 이틀 전에 표를 양도받았다.
그리고 내가 걱정했던 부분은 현실이 되었고,
여행이라기보다는 극기훈련에 가까운 일정으로 콜마르와 스트라스부르에 다녀왔다.
패키지 안내 페이지에 상세한 일정이 나와있지 않았을 때 부터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남)
파격적인 가격에 나는 눈이 멀어버렸던 것이다.
출발 전날 안내받은 스케쥴에는 오후 11시 30분에 Nation 광장에 집결하여 출발할 것이라는 안내가 적혀있었다.
알고보니 야간버스를 타고 콜마르까지 이동하는 일정이었던 것...
찜찜한 마음과 함께 집결 당일 Nation 광장으로 향하니,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어였던 것 같았는데, 투어에 참가한 대부분이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들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11시 30분이 지나고 사람들이 모였지만 출발은 커녕 인솔자조차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알고보니 지하철에 문제가 생겨 몇몇 사람들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으니 출발 시간을 12시로 늦춘다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12시를 넘겨 어느덧 12시 반이 되었고, 우리는 그제서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 라고 생각할 뻔 했는데, 버스에 오르길 기다리는 줄이 아무리 기다려도 줄어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버부킹이 났기 때문...
결국 몇 명의 사람들이 여행 스케쥴을 변경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고
나는 간신히 버스에 남은 마지막 자리에 올라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출발하는 지옥의 야간버스 여행.
45인승 버스에 낑겨 앉아 간신히 잠을 청하던 중 갑자기 버스가 휴게소에 멈춰섰다.
우리의 인솔자는 지금 휴게소에서 45분, 다음 휴게소에서 45분 총 두 번 정차한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왜 난데없이 휴게소에서 45분이나 보내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인솔자는 당연하다는 듯,
"어차피 콜마르에 아침 일찍 가봤자 날씨도 춥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안열어서 아무 것도 할게 없을걸?
버스에서 충분히 쉬는게 더 나을거야~"
라고 답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라 나는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렇게 정말로 버스는 45분씩 휴게소에 정차를 했고, 총 8시간의 대장정 끝에 콜마르에 도착했다.
버스는 일단 우리를 숙소에 내려주었다.
먼저 숙소에 짐을 내려두고 시내 관광을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숙소가 심상치 않았다.
분명 패키지 안내 페이지에는 시내와 "매우" 가깝다고 적혀있었는데,
구글 맵으로 찍어보니 시내까지 걸어서 30분이 걸렸다.
점차 내가 걱정했던 모든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애매한 높이의 머리받침이 있는 버스 좌석에 낑겨 8시간을 가수면 상태에 있다 막 나온 내가 할 수 있는 종류의 생각이 아니었고
나는 인솔자가 나눠준 아침(마트에서 파는 빵오쇼콜라 + 초코우유 + 오렌지쥬스)으로 배를 채우고 인솔자를 따라 콜마르 시내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콜마르 시내는 이른 아침었는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솔자가 말하길 스트라스부르 못지 않게 여기도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마을의 빈 공터마다 각종 수공예품과 음식을 파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가득 차있었다.
마을의 중앙 광장에 도착하더니 인솔자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줄줄 읽기 시작하는데...
알고보니 이 마을의 역사와 유래 같은 내용이었다.
잠깐의 연설을 마치고는 자신을 따라 마을을 더 둘러보고 싶으면 따라와도 좋고, 아니면 자유롭게 관광을 해도 좋다고 했다.
이 쯤에서 내가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었구나~하는 확신과 함께
망설임 없이 대열에서 빠져나와 콜마르를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콜마르가 있는 알자스 지방은 역사를 거치며 여러 나라에 소유권이 왔다갔다 했던 지방이라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로는 프랑스의 영토가 되었지만, 독일 문화권에 속해있던 기간이 길어서 아직도 독일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그래서 그런지 건물이나 지명,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을 보면 마치 프랑스보다는 독일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독일은 한번도 안 가봤지만 ㅎ;
특히나 콜마르는 2차세계 대전 당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서 과거 독일에 속해있던 시절부터의 건축이 매우 잘 보존되어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콜마르의 대표적인 명물인 쁘띠 베니스.
수로를 따라 집들이 늘어선 모습이 마치 베니스 같다고 해서 쁘띠 베니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질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 베니스와 다름 없었다.
저 수로를 따라 곤돌라를 탈 수 있는 투어까지 있었는데, 나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참여하지 않았다.
파리나 프랑스의 다른 대도시처럼 우와~ 하는 웅장한 건축이 있는 마을은 아니었지만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건물이 아름다운 도시였다.
특히나 저 이끼가 낀 기와지붕과 나무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들이 참 멋드러진,
진짜 동화 속 마을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관광 명소가 되어 발 디딜틈이 없는...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
원래 계획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것이었는데 날씨가 진짜 너무 추워서 도저히 더 이상은 밖에 있을 수가 없었다.
급하게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ㄱㄱ
쁘띠 베니스 수로의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창 밖으로 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는게 분위기가 참 좋았다.
알자스 지방의 전통요리를 전문으로 한다고 하여 일단 와인 한 잔과 가장 맛있어보이는 돼지 뒷다리 요리를 시켰다.
저 와인이 참 괜찮았다. 알자스 지방에서 나는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이라고 했는데, 거의 탄산감이 느껴질 정도로 산미가 강하고 과일향이 강하게 나는 와인이었다. 특이하게 생긴 와인잔도 아마 알자스 지방의 와인잔이 아닐런지?
그에 비해 요리는 폭력적인 비주얼에 비해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거의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졸인 돼지고기 뒷다리 요리였는데, 너무 짜고 맛이 좀 부족했다. 흡사 밥없이 장조림을 먹는 느낌?
그런데 감자는 존맛 ㄷㄷ
결국 다 못먹고 남겨버렸다.
옆 테이블에는 미국에서 온 커플이 있었는데, 내가 시킨 요리를 보고 따라 시키더니 결국 남겼다.
요리가 나올 때 까지는 드디어 프랑스에서 배부르게 밥을 먹을 수 있겠다고 좋아했는데, 음식을 먹어가며 점점 말이 없어지는게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 ㄷㄷ
점심을 먹고 나와서는 다시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그렇게 크지 않은 마을이라 반나절 정도면 모두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을은 웬만큼 본 것 같아 크리스마스 마켓을 자세히 구경하려고 하는데, 점심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서인지 전체에 사람이 가득 차있었다.
여유롭게 둘러보기가 힘들정도여서 잠깐 카페에 들어가서 쉬려고 했는데 마을의 모든 카페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숙소에 체크인할 수 있는 시간 한참 남아있었고(오후 5시에 가능했다 ㄷㄷ)
그새 날씨는 더 추워진건지 밖에서 시간을 더 보냈다가는 진짜 크게 몸살이 날 것 같았다.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마을의 큰 성당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칼바람을 피해 성당 안으로 들어오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지옥의 버스여행 + 추운 날씨에 바깥에 오래 있어서인지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깜빡 졸아버렸다 ㅎ;;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커피가 너무 마시고싶어서 다시 자리가 있는 카페를 찾아 떠났다.
마을 안쪽에는 정말 단 한 개의 자리도 없었고, 심지어는 서브웨이도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30분 정도를 카페를 찾아 헤메다 마을 밖에 있는 제법 큰 사이즈의 펍에 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 재빨리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급히 카페인을 수혈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관광객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다.
기억에 남는게 TV에서 무슨 경마같은걸 중계해주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말 뒤에 수레가 묶여있고 거기에 사람이 타 있었다.
전차경주였던 것 ㄷㄷㄷㄷ
그렇게 체크인 시간까지 카페에서 죽치다가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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