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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리스본으로 - 벨렘지구 :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벨렘탑, 그 유명한 벨렘의 에그타르트 / 2021.12.02.

jaemjung 2022. 2. 18. 20:56

11) 

 

포르투에서 2박을 마치고 리스본으로 넘어가는 날.

전날 그린와인을 거진 한 병 다 마시고 자서 그런지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 9시 기차를 타고 리스본으로 가야 했던지라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창 밖을 보니 전날 비가 오고 흐렸던 하늘은 어느새 개어 푸른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간단하게 전날 사둔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포르투의 캄파냐 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3시간 정도를 달려 리스본에 도착했다.

산타 아폴로니아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아줄레주. 묘하게 포르투보다 화려한 듯했다.

남쪽으로 더 내려와서 그런지 날씨가 한결 더 따뜻한 것이 껴입은 외투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리스본은 원래 3박 4일로 계획했었는데, 일정이 살짝 틀어져 누나와 조카는 2박만 하고 파리로 돌아가야 했다.

따라서 리스본 일정은 살짝 빡빡한 편이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로 직행해 체크인 후 짐을 풀었다.

리스본 숙소는 프런트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놈의 체크인 기계가 정말 환장할만한 UX/UI를 가지고 있었다... 거의 맥도날드 뺨을 후려 갈기는 수준.

키오스크를 써서 무인운영을 하는 건 좋은데 제발...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만한 UI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숙소와 관해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후... 암튼..

 

짐을 풀고 옷을 살짝 가볍게 갈아입은 후 근처의 평점이 좋았던 브런치 카페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정말 정석적인 브런치 메뉴였는데, 염소치즈가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게 염소치즈인 줄도 모르고 맛있게 먹었는데, 누나와 조카는 기겁을 했다. 조카는 평하길 입에서 똥내가 나는 치즈라고.

 

ㅋㅋㅋㅋ 그걸 보고 나도 염소치즈를 처음 먹고 기겁을 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에는 정말 이딴 걸 왜 먹나 했지만 지금은 못 먹는다. 없어서...

 

좋은 평점에 비해 대단히 무난했던 점심을 먹고 바로 벨렘지구의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버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범상치 않은 외관의 수도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새하얀 빛의 수도원이 비현실적인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대항해시대 포르투갈과 리스본의 영광을 보여주는 몇 안남은 건축물 중 하나라고 했다. 나머지 건축물은 어떻게 됐냐고?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전부 무너졌다고 한다. 다음날 있었던 투어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프랑스에서 숱하게 봐왔던 고딕 양식의 성당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선형의 장식이 많이 보였는데, 당시 포르투갈 건축에서만 보이는 양식으로 마누엘 양식이라는 별도의 건축 양식으로 분류한다고.

항해로 막대한 부를 쌓은 포르투갈이었던 만큼, 이러한 장식들이 바다, 배의 밧줄, 닻과 같은 것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내부로 입장하자, 넓은 중정과 분수가 나타났다. 포르투갈이 돈이 얼마나 많았으면 수도원을 이렇게 화려하게 지어놨을까... 하는 대화를 누나와 나눴다. 

섬세하고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된 아치들

마치 판타지 소설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수도원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 1시간 정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리가 향한 곳은 그 유명한 파스테이스 드 벨렘... 

가게 근처로 가자 사람들이 에그타르트를 사기 위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포장을 하는 줄과 매장 내에서 먹는 줄이 따로 있었는데, 포장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었다. 

 

6개짜리 에그타르트를 사서 제로니무스 수도원 앞에 있는 공원에 앉아 먹었다. 분명히 사진을 찍어뒀던 것 같은데, 어디 갔는지 모르는 미스터리... 아무튼 그 맛은... 포르투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이 맛있었다. 타르트지가 조금 더 파삭파삭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맛있게 에그타르트를 먹고 벨렘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15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벨렘탑.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구글 지도에서는 벨렘탑이 현재 보수 중이라 내부에는 들어가 볼 수 없다고 했는데, 정작 현장에 도착하니 멀쩡하게 매표소가 운영이 되고 있었다. 일인당 6유로를 내고 탑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탑에 오르자 보이는 멋진 풍경

이 벨렘탑이 대항해시대 당시 포르투갈의 선박들이 리스본에서 아메리카를 향해 항해를 시작하던 출항지였다고 한다.

탑에서 내려오자 석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벨렘탑을 볼 수 있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장식들이 보였다.

관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지라 후딱 둘러보고 내려왔다. 

해가 넘어가니 바닷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우버를 타고 숙소로... 

 

이날 저녁은 숙소 근처 식당에 무작정 들어가서 먹었다. 6시 반 정도에 배가 고파 식사를 하러 갔는데 아직 디너를 시작한 식당이 별로 없어서... 그냥 열려있는 집에서 먹었는데 뜻밖의 대성공이었다.

해물밥과 문어 샐러드, 마늘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는데 양도 정말 많았고, 맛도 훌륭했다. 같이 시킨 상그리아도 환상적. 조카와 누나도 대만족이었고, 식당의 직원분도 친절해서 정말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우리가 갔을 때는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이렇게 맛있는 식당이 장사가 왜 이렇게 안되나.. 의문스러웠는데 다음날 조금 늦은 시간에 다시 방문하니 사람이 가득 차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호시우 광장에 잠시 들러 야경을 구경하고는 일찍 숙소로 들어갔다. 다음날 있는 신트라와 호카곶 투어가 아침 일찍 시작하여 하루 종일 둘러보는 투어였으므로, 체력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